동대문구

 ‘동대문 댄스 레볼루션은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요?’ 

동대문 구청장님께

안녕하십니까? 동대문문화예술공연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있는 이명진이라고 합니다. 
평소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찾아가며 아픔을 헤아려주시고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는 구청장님의 모습을 오랜기간 지켜봐 왔습니다. 동네 이웃주민들이 평소 구청장님의 덕을 칭송하며 우리 동대문구의 훌륭한 구청장님이 계신다는 사실에 평소 흠모하며 존경심과 함께 마음속 깊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으로서는 40년차 가수이며 동대문 지역에 뿌리내린 예술인으로서 현재 지역의 예술인들과 함께 동대문문화예술공연협동조합을 이끌고 있습니다. 저희 협동조합은 동대문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생업으로 살고 있는 예술인들이 어려운 환경과 시대흐름에 부응하고자 올해 3월 설립된 동대문 유일의 문화단체 협동조합입니다. 현재 10여개의 단체와 80여명의 동대문 문화예술가들이 모여 동대문의 문화현실에 대한 고민과 문화부흥에 대한 꿈으로 뭉쳐 있습니다. 
공사다망한 구청장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일개 구민으로서 구청장님을 감히 찾아뵙는다는게 쉬운일이 아니고 주위에 수소문을 해도 우선 그간의 사정을 잘 정리해서 말씀을 올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띄우게 되었습니다. 
몇일전 평소처럼 길을 나서다가 한 플랜카드를 보게 되었는데 ‘동대문 댄스 레볼류션 대회’라는 문구였습니다. 젊은 댄스팀들이 모여서 경연을 하나보다 싶었는데 두 눈이 휘둥그레 뜨게 만든 건 동대문 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지역문화 네트워크 지원사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 문구를 보며 지역 구민으로서의 실망과 한명의 문화예술인으로서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올해 동대문 문화재단이 생기고 저와 저희 단체 회원들은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동대문 문화재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왔었습니다. 
특히 ‘지역문화 네트워크’ 사업은 동대문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들을 하나로 묶어서 지역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향후 동대문 구청에서 진행하는 지역 축제에 지역예술가들이 동참한다는 취지로 평소 저희 협동조합의 취지와 희망사항이 현실화되는구나라는 기대로 부풀어 있었습니다. 
동대문이 다른 구에 비해 너무나 낙후된 문화인프라의 가슴먹먹한 현실에 가뭄의 단비처럼 문화재단의 설립을 기뻐했고 드디어 지역축제에 지역 구민과 예술가들이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랬었습니다.
구청장님에게 간절히 드리고 싶은 가슴 한켠의 솔직한 심정이 있습니다. 그간 동대문의 축제와 행사에 저희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동참되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각종 구청에서 진행하는 축제를 보면 타지역에서 외주사업으로 온 문화단체들이 진행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저희 동대문 문화예술인들이 설 곳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왜 지역의 축제와 행사에 저희 동대문 구민이자 예술가들이 초대받고 있지 못하는지 항상 답답해 왔습니다. 지역 축제란 지역 구민과 예술가들이 꾸미는 무대라야 그 의미와 가치가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문화재단이 설립되고 지역문화 네트워크 사업으로 동대문 문화단체들의 연대와 협의체 구성으로 문화재단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얘기에 무척 기대했었습니다. 그간 매달 있는 간담회와 모임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여해서 동대문 문화발전에 일조를 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동대문 문화단체와 예술인들을 만나뵙게 되었고 특히 젊은 청년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된 것은 무척 뜻깊었습니다. 동대문의 문화현실에 대한 토론과 향후 동대문 문화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들 이었습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동대문 문화단체들이 똘똘 뭉쳐서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 있을것이라는 것을 동대문 문화재단 관계자들이 말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었나요? 댄스 레볼루션 대회가 이번 지역 네트워크 사업의 공연으로 대대적으로 홍보 전단이 붙어있는 것에 너무 놀라 사업 총괄자에게 전화로 물어 봤습니다. 
사업 총괄자는 자신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는 놀라운 답변이 왔습니다.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을 받았는데 동대문 문화재단이 저희 지역문화 단체들에게 상의도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라는 것입니다. 
저희 지역문화단체들과 예술가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항상 구청을 신뢰하고자 했었고 새로운 문화재단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어떻게 사업 총괄자도 모르고 저희 지역 네트워크 참여단체들도 모르게 이런 행사가 개최 될 수 있습니까? 
문화재단 대표님이 얼마전 모임에서 저희들과 진지한 토론의 시간을 가지면서 향후 동대문의 행사 및 공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저희들에게 정보 공유와 동참을 약속했었습니다. 그 약속을 한지 얼마만에 이렇게 저희들이 완전히 배제가 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까? 
또한 더더욱 가슴에 비수를 꼿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업 담당자에게 전화가 와서 ‘댄스 레볼루션’에 대한 양해와 간담회에서 1회 공연씩 할 수 있도록 할테니 견적을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상황에 대한 수습으로 이렇게 끼워맞추기식 공연을 선심쓰듯이 제안하는 것이 더욱 저희 예술가들에게 참을 수 없는 멸시였습니다. 저희는 항상 배고프고 가난한 예술가일지언정 절대 프라이드를 굽히고 살지 않았습니다. 
동대문에서 오랜기간 활동해 온 저희들 입장에서는 이번 동대문 문화재단의 태도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에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댄스 레볼루션을 반대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에 저희 역시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 지역문화 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해 온 문화단체들을 배제하고 정보 공유까지 하지않고 단독적으로 진행한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대문 문화재단 관계자들이 지역에서 활동해 온 문화예술인들을 존중해주고 결코 배제가 아닌 함께 동참해 갈 수 있는 열린 마인드를 지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구청장님에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항상 소외된 곳을 먼저 찾아가시는 따뜻한 구청장님이 부디 힘든 현실에 놓여 있는 저희 동대문 문화예술가들을 살펴봐 주시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구청장님을 찾아 뵙고 한말씀 올리는 것이 너무나 힘든 일인 것은 잘알고 있습니다. 정말 잠시라도 짬을 내어 주신다면 이번 일에 대한 저희들의 솔직한 심정을 전해드리고 문화재단 발전을 위한 진심어린 마음을 올리고 싶습니다. 
이번 댄스 레볼루션 대회가 무사히 잘 치러질 수 있기를 바라며 항상 동대문 구민들을 따뜻이 보살피시는 유덕열구청장님의 노고에 두 손 간절히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