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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공중전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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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공중전화의 추억
작성자 : 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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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성큼 추운 계절이 다가왔다. 두툼한 점퍼 주머니에 양 손을 집어넣고서 겨울 밤길을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서보면 문득 맞은편에 파란 공중전화 박스가 눈에 들어온다. 공중전화를 보면, 특히 이런 겨울이면 나는 불현듯 공중전화 박스에 뛰어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진다.
  이제는 꽤 먼 일이 되어버린 군대시절, 12월에 자대배치를 받고 이등병이 되었던 나는 주황색 트레이닝복 바람으로 한 시간을 넘게 부대 공중전화의 긴 줄에 서서 덜덜 떨면서도 마음은 포근한 봄날처럼 행복했다. 남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본 일이겠지만, 늘 가까이 있던 가족들의 목소리가 군 입대 후에 그렇게 그립고 소중한 때가 없었다. 짧은 통화지만 어머님과 할머님의 목소리에서 힘을 얻고 내무반으로 돌아갈 적엔, 정말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것만 같았다.
  또 한 편으로는, 추운 겨울의 공중전화 박스를 보면 아련한 옛사랑이 떠오른다. 첫 눈이 오던 날이면 입김을 호호 불어가면서, 겨울밤을 내내 달콤한 사랑의 말들로 추위를 녹여가던 청춘의 추억에 나는 잠시 상념에 잠기게 된다. 
  마치 오래 전 노래가사처럼 공중전화 박스는 유리로 만든 배처럼, 나는 그 배를 타고 세상을 구경하면서 작은 동전 두 개만큼의 행복을 맛보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중전화 요금도 그 때에 비해 4배나 올랐고, 이제는 휴대전화가 필수품처럼 되면서 어느 틈엔가 공중전화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공중전화는 소중하다.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세상이 편해졌다지만 도리어 사람들 간의 만남도, 낭만도, 소중한 이야기도 점점 줄어가는 공중전화들처럼 같이 사라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핸드폰보다는 공중전화로 전화걸기를 더 좋아한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난 공중전화 앞에서 자주 발길을 멈추게 될 것 같다. 그 곳에서 난 그리운 사람들에게 전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작성자: 신승우 (018-317-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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