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마당

김장을 담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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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담그며
작성자 : 유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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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은 에미야, 김장 해 놓았다, 와서 가져 가거라"
해마다 겨울로 접어둔 이맘 때면, 친정 어머니께서 겨울 김장을 담그셔서 가져 가라고 전화를 하셨다.
 며느리들 넷 챙기기도 힘드실텐데,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까지도 챙기기를 잊지 않으셨다.
 나는 겨울 김장철만 되면 공기처럼 당연히 친정어머니께서 수고하신 김장을 받아 먹곤 했다. 
 그러다가 올해 처음으로 내가 직접 나의 김장을 담가야만 했다.
 당신 몸이 너무 힘이들어  병이드신 줄도 모르고 칠십이 넘도록 자식 5남매를 챙겨오시다가, 그만 허리 디스크가 골반까지 타고 내려와 부랴부랴 허리 디스크 수술을 올 봄에 받으셔야만 했다. 
 더이상 친정 어머니께서는 무리한 노동은 하셔서는 안된다는 의사의 강력한 명령이 떨어졌다.
 그래서 올 겨울 김장을 내가 직접 담그게 되었다. 
 늘 친정어머니 손에 의해 가만히 앉아서 받아 먹다가, 직접 내가 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배추,무,고춧가루,마늘,젓갈,쑥갓,미나리,소금.......
 모든 재료 구입부터 시작하여,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씻어 건지고, 배추를 양념에 무쳐 김장김치를 김칫독에 담기까지 해도해도 일이 끝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빈그릇을 씻고 모든걸 정리하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려서야 기나긴 겨울맞이 준비인 김장이 끝이 났다.
 우리 어머니 허리가 왜 디스크가 걸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김장을 끝내고 나니 내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항상 습관처럼 공급되었기에 어머니의 그 노고를 절실히 깨닫지 못하였다가, 올해 처음으로 내 손으로 담가보는 겨울 김장을 통하여,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뼈아프게 느꼈다.
 춥고 긴 겨울의 문턱에서 김장을 담그며 잊혀졌던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금 떠올리니 마음에 흰눈이 소복히 쌓인다.
 올해 내가 담근 김장을 양손에 들고 어머니를 찾아가 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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