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마당

좋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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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
작성자 : 이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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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삿날보다 더 기쁘게 맞은 날이었다. 

추석 전 부터 진작에 약속이 되어진 고향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었으니.

그나마 가깝게 지낸다는 친구가 1~2년, 멀게는 7~8년까지, 한 친구는 졸업후 17년만에 처음 만나게 된 것이기도 하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으이구! 척 봐도 알겠다. 그 얼굴들. 

어른이 되었다는
나이가 먹었다는
아줌마가 되었다는 
우리의 서로 낯선 모습에 살짝 어색하던것도 금방 격없는 편안한 사이가 되어버렸고 어느새 옛날 그얼굴이 그대로 드러나지는걸 보고 혼자 웃음을 짓기도 하였다. 

어쩜 그리 안 변했니 

어쩜 그리 못 변하고 살았니 

원판불변의 법칙들이 똑같이 적용된 우리들이었다. 너도 너도 나도. 으이구~~! 

이 얼굴로 한때 이뻐졌단 소리도 들었을거고 

아기 낳고 부은 얼굴도 되었을거고 

학부형으로 학교도 왔다갔다 할것인데 

어쩜 그리 똑같은지 

점심 식사도 하고 얘기도 실컷 나눌수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얘기하고, 깔깔깔 웃다가  또 먹고, 진지하게 심각한 얘기를 듣기도하고... 

먹는것도 행복하고, 반가운 얼굴들이랑 얘기하는 것도 행복하고,  참 좋았다. 

가끔 얘기중에 입을 맞춘듯이 동시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독립된 방이었는데도 언뜻언뜻 문열고 드나들던 종업원 언니한테나 옆방이나 문 밖 홀에 있는 사람들 동정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아줌마들 떠든다고 욕 할것 같은 눈치에 서로 자중하자 목소리 줄이자 조심해보기도 했지만 쏟아지는 옛이야기 삼매경에 빠지다보면 나도 모르게, 서로모르게 웃음이 터지는걸 어쩌겠는가. 

에라, 욕 할 테면 하라지. 그래요, 우리 아줌마들이에요! 

아이 하나 둘 쯤 다 있는 

나는 없어지고 가족이 더 먼저가 되는 

어쩔 수 없게 뻔뻔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도 커지고 

얼굴에 기미주근깨잔주름이 섭섭지 않게 자리 잡은 

한동안 부정하고 살아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 

그 아줌마.

열심히 사느라 이렇게 오랜만에  옛 친구들 만나게 된 

2차 3차도 없이 얘기 나누는게 전부인 촌스런 우리들 

그러니 

그러니 아무소리 말기를. 

 

아무도 뭐라 한 사람 없는데 괜히 나만 그런건가, 괜히 우리만 그런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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