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마당

봄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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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작성자 : 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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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봄이 내 맘속으로 들어 오면

난 어디로든 가고 싶어 진다.

어려서의 습관이 나중까지 간다고 하던데...

 

마루로 내려 앉은 햇살에서 찬기가 가시고 따스함이 묻어 나기 시작할 때면

우리 가족은 들뜨기 시작 했지.

설렁설렁 한주가 가고 일요일이 되면, 아버지는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시고

엄마는 새벽부터 준비하신 김밥을 싸고 우리 사남매는 다른날 보다도 일찍 잠에서 깨어 들뜬 마음에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발걸음도 가볍게 마치 행군이라도 하듯이 보무도 당당하게 산으로 향했지.

주위에 그다지 높지도, 그렇다고 아주 재미 없게 낮지도 않은 산들이 빙 둘러 쳐져 있어 우리의 나들이 장소로는 안성 맞춤이었거든.

나들이 주제는 산나물 뜯기 였지만, 전형적인 시골분이 아닌 엄마랑 아버지는

산나물 뜯기 보다는 봄나들이에 더 비중을 많이 두셨어.

얕으막한 산에 도착하면, 엄마랑 아버지는 양지 바른 쪽에 있는 바위에 자리를 잡고 걸터 앉으셔서 무슨 얘길 그리 도란 도란 하시는지....

우린 그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산 위로 아래로 내달으며 뛰기도 하고,

나물같이 생긴 풀이라도 발견하면 작은 손으로 뜯어 엄마와 아버지를 불러 묻곤 했지.

"이것도 나물이야?~~"

그러면 엄마와 아버지는 약속이라도 하신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시고 우린 무슨 큰 일이라도 한듯 신이나서 또 나물을 찾아다녔어.

배에서 점심시간을 알리는 신호가 오면, 엄마는 가방을  풀고 김밥을 펼쳐 놓으셨지.

아버지가 젤 먼저 김밥 하나를 집어

"고시레~~" 하며 숲으로 던지시면  그때 부터 우리의 김밥 전쟁은 시작 되는거야.

아버지와 엄만 몇개나 잡수셨는지.......

게눈 감추듯 어느새 김밥은 사라지고 덩그러니 도시락만 남으면

도시락을 접으며 우리의 봄나들이도 끝이 나고

내려 오는 길옆의 얕으막한 밭에 파릇 파릇 돋아난 냉이를 캐어 빈 바구니를 채워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 왔지.

 저녁 식탁에 오를 냉이 무침과 냉이국을 생각하며..............

 

그때의 기억 때문일까

해마다 따스한 바람이 내 가슴을 간지럽힐 때면,

난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넓은 들판이 있는 시골이나 얕으막한 산에 올라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한가롭게 햇살 맞이를 하고 싶다.

이게 봄 앓이 일까................

 

제기1동 1212    한신 아파트 112동 802호

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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