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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순수했던 어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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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순수했던 어린 사랑.
작성자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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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져 추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추운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23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오며 내가 제일 미치도록 좋아했던 내 짝사랑.

한장 멋 모르고 놀기만 좋아했던 고2때, 뒤늦은 사춘기와 동시에 내가 사랑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 같은 반으로 배정이 되어서 1년동안 나는 내 짝사랑과 같은 교실에서 같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처음 5개월동안은 나는 그 사람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저 나는 나대로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그렇게 5개월이 흘러갔다.

그런데 서로 친해지게 된 계기가 바로 짝이 되면서부터이다.

그 사람의 첫인상. 굉장히 가벼워보였다고 해야할까나? 남자임에도 상당히 수다스러워 첫인상이 조금은 별로였다.

하지만 그렇게 짝이 된 이후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사이가 가까워 질수록 난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사람과 낯을 안가리고 잘 어울리는 그 사람. 짝이라고 나와 유난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장난도 치고 하며 쉽게 더 가까워져 갔다. 주위에선 친구들이 서로 사귀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로 그렇게 가까워져 갔던 것이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그 사람도 내가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고, 나 역시 겉으로는 귀찮은 척, 싫은 척 해도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그렇게 짝도, 좋아하는 감정도 학년 말까지 지속되고, 그 좋아하는 감정이 최고가 되어 그 사람 생각에 잠까지 설치게 됐을 때가 바로 겨울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12월 말이었다. 날씨는 무척 추웠지만 왠지 마음 속은 전혀 춥지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따뜻했다고 해야할까? 하여간 내 머리속엔 온통 그 사람 생각으로 가득찼었다. 

하지만 방학을 하게 되면 이젠 자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우울해져 갔다. 내가 아파도 그 사람만 보면 힘이 나고, 그 사람이 아프면 내 마음이 더 찢어 질 듯 아플만큼 난 그 사람을 좋아했다.

그렇게 12월 말. 겨울 방학이 왔고, 만날 내 바로 옆에서 얘기하고 놀던 친구를 볼 수 없게 되니까 나는 정말 그 사람이 그리워져 갔다. 거기다 심한 감기에까지 걸려 무척 외롭고 쓸쓸한 나날만 지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12월30일. 문자메세지 하나가 왔다. 바로 그 사람이었다.

"내일 나랑 해뜨는 거 보러가지 않을래?" 대충 이런 내용의 문자였다.

나는 그 문자메세지를 보자마자 아픈 것도 잊고 너무 좋아서 얼굴에 미소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

곧바로 당연히 된다고 문자를 보내기는 여자로서 너무 그럴 것 같아서 조금 시간이 지나서 " 내일? 글쎄 약속은 없는데...그럼 거기나 갈까?"하며 답장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고서 몇 분후 전화가 걸려왔다. 그럼 같이 가자며 약속시간이며 다 말해주기 위해 그 사람이 전화를 한 것이었다.

감기로 잠긴 목소리 추스려가며 나는 전화를 끊고, 너무 좋아 다음 날 그 사람과 같이 해를 보러 갈 생각에 이것저것 준비부터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청량리역에서 만나 우린 정동진행 열차를 탔다.  날 보자마자 아픈 걸 알아채며 열차안에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괜히 가자고 한거 아니냐며 미안해하는 그를 보며 난 아픈것도 싹 잊어버리고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그렇게 그 해 마지막 달이 흐릿해져가고 캄캄한 어둠에서 점점 날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붉게 천천히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나는 소원을 빌었다. 우리 두 사람 영원히 사랑하게 해달라고...

시간이 흘러 그렇게 우린 3년이라는 세월을 사귀다가 헤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고2 당시 내 사랑은 유치하고 우습지만 지금도 날씨 쌀쌀한 겨울만 되면 떠올라서 나를 설레이게 만들만큼 내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동대문구 전농2동 103-130호 4/8반

김유진 (011-387-9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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