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마당

가을 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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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걷이~~~~
작성자 : 엄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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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햇살이 따가워야 과실이며 곡식이 제맛을 낸다지만 왠지 좀 무덥게
느껴진다. "봄햇살에는 며느리를 가을 햇살에는 딸을 내보낸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우리에게도 가을 햇살은 보약이라고 한다.

며칠 전...
 남들은 서울 근교에 땅을 분양받아 주말 농장을 간다고 하는데 
나는 가까운 곳에 시댁을 두고도 자주 찾지 못했다. 
늘 핑계를 만들며 요리조리 피했는지도 모른다.
마음먹고 아이들과 할머니댁을 가는 길...
 기차 창밖넘어에는 고개숙인 벼들이 벌써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어머니 저희들 왔어요!" 그러나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해가 꾀 높이 떠 있어 좀 덥게 느껴지는 오전,
좁은 길을 걸어 아이들 키만큼 훌쩍 자란 고추밭에는 빨간 고추가 주인을
기다리고 그 위를 고추잠자리가 쉼없이 맴맴돌고 있다.
커다란 모자를 쓰시고 고추를 따시던 어머니는 이내 우리들을 보시고 왠일이냐며
반가워하신다.  양동이에는 빨간 고추가 수북히 쌓여 있고 모자 사이로 구슬 땀이 연신 흘러 내린다. 
"어머니 좀 쉬었다 하세요.!"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마디하며 나도 아이들과 
고추따기에 동참 했다. 
워낙 빨간 고추가 많이 있어서인지 처음 몇 시간은 신이나서 양동이를 채웠다.
누가 빨리 많이 따나 내기를 하며 좋아하던 아이들...이젠 정말 더워서 못하겠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나는 고추에 손을 대며 지친 숨을 몰아 냈다.
너무 힘이 들었다. 나는 잠깐 하는 일이 이렇게 힘이드는데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실까? 내가 오기 전 부터 하시고 계셨으니...
얼마나 지났을까?  그만하고 들어가라는 어머니의 반가운 소리에 집으로 와서
냉커피 두잔을 가지고 다시 밭으로 나가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나는 새삼 가슴으로 고마운을 느꼈다. 
우리 집 고추가루는 정말 태양초로 일등급이다. 어머니가 늘 이렇게 정성으로
만들어 주시니...도와드리지 못하는 죄송함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용돈을 
조금 드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휴업일에는 꼭 어머니를 뵈러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눈 앞으로 다가온 추석...
감사한 것을 바라보며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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