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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울에 떠오르는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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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울에 떠오르는 추억 하나
작성자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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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도 높아지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시원하고, 바야흐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오래된 추억하나 끄집어내 볼까?

“나랑 같이 살래?”
97년 가을, 지금의 남편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좋아한단 말 한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던 사람이었다. 내게 그 사람은 너무나 큰 산 같이 여겨졌고, 상대는 날 그냥 친한 동생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 이쯤에서 그냥 포기해야겠다 마음 먹고 나간 자리였다. 그랬기에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오케이 해버렸다. 흐흐..
그리고 이듬해 4월, 내 나이 25살에 사랑하는, 너무나 사랑하는 그 사람과 결혼을 했다.  
후회하는 마음이 든 건 결혼하고 한두 해가 지나서였다.
아, 내가 꿈꾸던 프로포즈는 그런게 아니었는데…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뿐인 순간인데 너무 시시했던 거 아니야? 백마 탄 왕자님은 아니어도 적어도 커다란 꽃다발과 반지, 배경으로 흐르는 멋진 음악..드라마에서 보았던 그런 장면들이 하나쯤은 들어가야 하지 않았냐고 남편에게 따지고 물었더니 그냥 베시시 웃기만 한다.
아이고, 내가 너무나 어려서 뭘 몰랐던게야…

그리고 또 다시 몇 년이 흘러 올해로 벌써 결혼한지 7년이나 되었고 사랑하던 그 사람과의 사이에는 그 사람과 나를 반반씩 닮은 아이들이 셋이나 생겼다. 그리고 그렇게 시시하게 청혼했던 남편은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이요 아이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로 살아왔다. 8년 전 가을 프로포즈 사건만 빼면 그는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시시하게 프로포즈한 남편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여겼던 내 자신이 더 부끄럽다.

여보, 그 땐 내가 너무 어려서 눈으로 보이는 것만 중요한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알아요.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을..
그동안 이 철없는 아내를 한결같이 사랑해주고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여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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