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마당

그옛날 명절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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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옛날 명절이 되었으면
작성자 : 임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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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자님께 드립니다

손톱으로 건드리면 쨍하고 소리가 날것 같은 파란 가을하늘 얼마후면 추석이다
전 같으면 그렇게 기다려지는 추석이 언제부터인가 스트레스 받는 명절이 되었고 주부들에게 명절증후군이라는 희귀한 병까지 생겼다
요즘 제사상이나 명절음식도 간략해지고 생략되는 걸 볼 때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일년 열두달 있는 것도 아닌 한두번 있는 대명절
서로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 옛날을 회상하면서 못다한 이야기로 웃음꽃 피우고 우애와 화목의 의미는 그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둘째며느리지만 명절때나 제사때 가까운 큰댁에 가는길이 즐겁다
종갓집 큰며리는인 형님은 며칠전부터 온형제가 다모인다는 생각에 힘드신줄도 모르고  음식준비를 하신다 
서로 바쁘게 살다보니 형님하고 오붓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없어  명절때만큼은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한가위때는 마당 가운데  자리를 펴고 둥글게 앉아  나무위에 걸려  있는 보름달을 보면서 송편을 온가족이 만든다
각자의 개성을 ?아 모양을 만들어 한소쿠리 쪄서 내 놓으면 자기 작품 ?아 먹겠다고 아우성 치는 모습도 한가위때 갖는 특유한 재미다

결혼 후 첫 추석때  시아버님께서 형님과 나를 앉혀 놓으시고 누가 송편 예쁘게 빗는지 잘하는 며느리에게 상금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사실 난 그당시 직장 다닌 관계로 송편을 만들어 보지 못해 자신이 없었다
형님은 가정일 돕다 시집 오셔 솜씨도 좋았지만 요리 솜씨도 너무 좋았기에 형님과 비교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버님은 나에 대한 기대가 많으셨다 무늬만 그럴싸할뿐이지 사실은 실망이 많으셨을거다
두며느리가 나란히 앉아 시험보듯 나름대로 열심히 송편을  만들어 상위에 나란히 올려 놓았는데
육안으로도 금방 알수 있을정도록 솜씨차이가 보였다
작은아는(나를 부르신 명칭이 작은아였다)  보기보다  솜씨가 없구나 올겨울 김장철에 무우썰기에서 다시 한번 솜씨자랑을 하기로 하고 이번 상금은 너희 형님에게  주겠다고 하셨다

그후 김장철에 또 한번 시험에 들었다
무우 채썰기에서 난 또 낙방을 했다
형님은 한석봉 어머님처럼 가지런하게 무우를 리듬에 맞추어 썰어 놓으시고
난 투박하게 썰어 놓은 모습은 보시고 또 한번의 시아버님의 실망스런  말씀이셨다
하지만 포기하기 앞서 노력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기에 난 그후로 
여러번 무우 썰기를 연습을 했다 그덕분에 지금은 형님만큼 실력은 되지 않지만 적어도 아버님을 실망 시킬정도 수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번의 상금은 모두 형님에게로 돌아 갔지만  정확히 판단해주신 시아버님의  큰교훈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글게 모나지 않는 시아버님의 큰 사랑을 알수 있었다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대문앞까지 버선발로 뛰어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신 시부모님이  안계시지만
풍성한 한가위처럼 사랑가득한 그사랑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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