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마당

별들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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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축제
작성자 : 이순옥
공개여부 공개
                 무던히도 덥던 어느 해 여름.
7월 초순이었지만 날씨는 어찌나 덥던지.
일찍 여름휴가를 받은 막내 여동생의 제안으로 인천의 작은 섬으로 여행을 갔다.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와 용유도를 거쳐 도착한 곳은 무의도였다.
지금은 관광지로 많이 개발이 되어 있지만 그 때는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작은 섬에 불과했다.
현금이 떨어져 섬 주민에게 현금 인출기가 있는 곳을 묻다가 망신만 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두 시간 정도 헤맨 끝에 발견한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소리만 요란한 에어컨에 악취가 풍겨나는 삼류 호텔이었다.
불편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있다.

우리 일행은 민박을 찾아 여장을 풀었다.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스런 점심 밥상은 고급 음식점의 음식에 비할 수 없이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바닷가를 향했다.
곧게 뻗은 소나무 숲을 지나 갯벌에 도착했을 때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참으로 놀라왔다.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가 깔린 갯벌 앞으로 시원한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소나무 숲과 바다 냄새가 뒤엉켜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신발을 벗어 던지고 엎드려 무언가를 열심히 줍고 있는 사람들이 갯벌 군데군데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일행의 기분을 좋게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 관광객이었다.
피서 인파에 밀려 휴가를 망쳤던 기억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분은 최고였다.
아마도 갯벌에 엎드려 무언가를 줍던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어느 사이에 우리 일행도 갯벌에 엎드려 조개를 줍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오고 우리는 바닷물에 밀려 모래사장에 서 있었다.
어둠이 바닷가에 내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컵라면을 사먹고 모기향을 옆에 피워놓고 둘러 앉았다.
나는 분위기에 취해 눈을 감고 누웠다.
소금기 섞인 바람이 흩날렸다.
여기저기서 폭죽 터치는 소리와 젊은이들의 고함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들이 소리를 질렀다.
"엄마 저것 보세요. 너무 멋있어요.”
나는 아들이 폭죽을 향해서 하는 소린 줄 알았다.  
눈을 뜨고 아들이 가르키는 손끝을 향해 쳐다보았다.
어머, 세상에........”
나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아들이 멋있다고 소리 지른 건 폭죽이 아니었다.
그건 하늘에 펼쳐져 있는 수 없이 많은 별들이었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 본 모습이었다.
하늘에 저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단 말인가?
서울의 밤 하늘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눈에 보이는 존재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훨씬 더 위대하다는 누군가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닫는 순간이었다.

하늘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파도 소리에 맞추어 비좁은 하늘에서 춤을 추고 있었고,
가끔씩 힐끗 나를 쳐다보며 웃는 듯 했다.
그리고 나에게 말하는 듯 하다.
"이제야 너도 나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게 되는구나."
별들은 파도 소리가 멈추면 마치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연극이 끝나면 배우가 무대에서 사라지듯.

년간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한강의 야경.
저마다 아름답다고 탄성을 지르지만 어찌 한강의 야경에 비교할 수 있을까?
아무런 조명 장치 없이도 충분이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드러내고 있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지금도 그 여름밤의 수많은 별들은 내 기억 저편에서 춤을 추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이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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