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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향기 <보고 싶은 사람>
바람의 향기 <보고 싶은 사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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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쯤 봄, 그가 처음 발령 받고 ,나와 같은 부서에 출근했을 땐 잘 몰랐다. 시간이 흐르고 가을 햇살이 뚜렷해 질 즈음 마침내 그가 보였다.
강렬한 여름끝 과실 안에 숨어 든 열정처럼 고요하고 아늑한 눈빛이 수줍음이 가득한 햇살속에 머물렀다. 걷어 올린 하얀 와이셔츠 소매끝이 눈이 부셔 보였고, 은테안경 너머의 눈빛이 미래를 한껏 움켜쥐는 듯 보였다. 그야말로 일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남자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미친 사람처럼 사방팔방 뛰어 다니다가도 그는 가끔, 그의 등 뒤에선 문득 문득 바람의 향기가 났다. 오랜 세월 지고지순하게 사랑했던 한 여자만을 기다린다는 소문을 들어서일까? 넓은 창 앞에서 먼 허공을 응시하며 길게 내뿜던 담배연기가 그의 마음처럼 허허로워 보였다. 좌충우돌 감상적이기만 한 나에 비해 차가울 정도로 냉철하고 지나치게 현실주의인 그의 모습들이 대립되면서 우린 이유없이 늘 부딪혔다. 하지만 내가 아이처럼 현실앞에 눈물을 보이고 말면 그는 늘 등 뒤에서 위로의 말을 잊지않았다. 업무상 외출을 하여 둘이 무심코 길을 걷다보면 그는 차도에 가까운쪽에 있는 나를 바깥쪽으로 바꿔 걷게 하는 세심함도 엿보였다. 잦은 회식으로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몰래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첫사랑이었음을 깨달았던 것은 그가 전근을 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몇년후 나 또한 부서 이동으로 인해 그곳을 떠났고, 우린 그렇게 추억속으로 사라지는 듯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어떻게 알고 그곳을 찾아왔고,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먼발치에서 그저 바라만 보고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가슴속에 따스함이 많았던 사람, 나와 똑같이 표현이 어눌해서 진실을 잘 드러낼 줄 몰랐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 사회 초년생으로 삭막할 수 있는 어려운 시기에 희망처럼 빛났던 보석 하나 지닐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레인코트 자락이 유난히 바쁘게 움직이는 어느 샐러리맨을 거리에서 만난다면 혹시 그가 아닐까 다시 한번 쳐다 볼 것 같다. 연락처: 010-7212-7612 주 소: 동대문구 이문3동 25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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