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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가득한 공간에서,마음 따뜻한 행복의 집으로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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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가득한 공간에서,마음 따뜻한 행복의 집으로의 여정
작성일 :
청량리동

오물 가득한 공간에서,

마음 따뜻한 행복의 집으로의 여정

청량리동 복지플래너 김은경

8월 30일, 유난히 상쾌했던 이른 아침. 한 어르신이 수급자 증명서 발급을 위해 주민센터에 내방하셨습니다. 헌데 할아버지의 옷차림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입고오신 남방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고 바지는 허리가 너무 커 노끈을 멜방처럼 연결하여 동여매신 모습입니다. 할아버지를 만난 사회복지사는 곧장 담당 복지플래너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였고, 다음날 담당 복지플래너는 할아버지의 댁에 방문하였습니다.

그렇게 가정방문한 어르신의 집은 생각보다 그 상태가 심각하였습니다. 입구부터 바닥을 비롯한 온 집안에 까만 변이 범벅이 되어 있고, 작은 냉장고는 문이 고장나 입구가 벽을 향해 있습니다. 화장실은 그 상태가 더욱 심각하여 변기는 제 색을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할아버지가 주무시는 매트릭스 또한 잿빛으로 세탁이 전혀 되지 않은 듯 지저분하고 위에 이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매트릭스 밑에는 쥐가족 5마리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아플 정도의 악취와 전반적으로 흡사 폐허로 보이는 모습에 담당 복지플래너와 찾동 동행선생님은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할아버지 본인의 거부입니다. 할아버지는 주위의 도움을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어떠한 이야기를 드려도 괜찮다, 스스로 하시겠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며칠 후, 복지팀장님과 복지플래너는 다시 한 번 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방문을 갔다가 할아버지의 팔이 비정상적으로 부어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골절로 인한 긴급수술을 요하는 상태로, 이런 상태의 팔을 며칠간이나 방치하여 상처가 악화된 상황이었습니다. 직원들은 급히 할아버지를 서울의료원으로 모셨고, 당일 바로 입원하신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긴급한 수술을 받은 후 현재까지도 병원에 입원하신 상태이십니다.

한편, 병원으로 할아버지를 모시는 과정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신 할아버지는, 주민센터에 개입을 허락하셨고 이것을 시작으로 모두의 마음과 힘을 모은 할아버지 댁 집 청소가 시작되었습니다.

첫째 주,

할아버지를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한 후 내부사례회의를 통해 여러 방안들을 의논한 끝에 특수청소업체에 의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음 날 집주인을 만나 특수청소 및 주거개선을 위한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서와 경비 일부를 지원받았으며, 9월 11일 드디어 1차 청소정리 및 소독, 악취제거작업 등이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주,

볕이 유난히 뜨거웠던 9월 17일 일요일, 정다운 봉사단의 지원을 받아 도배장판 및 전기공사 작업이 실시되었습니다. 이 날의 봉사는 봉사단뿐 아니라 부모님을 따라온 자녀들의 고사리 손이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마음 따스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다음날인 18일, 정다운 봉사단에서 기부한 싱크대는 주민센터 직원들의 도움으로 할아버지 댁으로 무사히 설치 완료되었고, 할아버지를 위한 매트릭스와 옷장 구입까지 완료되어 할아버지가 오실 공간이 어느 정도 정리가 완료되었습니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 할아버지의 외롭고 쓸쓸했던 공간의 정리가 끝이 나고, 그 사이 수술을 받은 할아버지는 요양재활병원으로 이송되어 재활치료 중이십니다. 몇 번이나 수술비는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던 할아버지께는 ‘서울형 긴급지원’에 대해 안내를 드려 안심을 시켜드렸고, 입고계신 옷은 다 찢어진 상태라 당장 입으실 옷을 선물해드렸습니다.

셋째 주,

여러 기관이 함께한 통합사례관리(방문간호사, 복지플래너, 정신건강증진센터, 종합복지관 등)를 통하여 어르신의 퇴원 후, 사후관리를 위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어르신은 과거에도 2차례나 주거개선 관련의 지원을 받으신 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복귀된다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점에 대해 다 함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얼마 후, 재활치료 중인 요양병원으로 어르신을 만나러 간 복지팀장님과 복지플래너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어르신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됩니다. 상쾌하게 목욕을 하시고난 후의 뽀얀 얼굴로 수줍게 웃으시는 어르신의 얼굴이 꽤나 귀여우셨습니다.

“신기하네요. 우리 집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것이.. 많은 분들이 고생 많으셨겠네요. 감사합니다..”

같은 방을 쓰는 다른 환자분의 감사하다는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습니다.

처음 어르신 댁에 가정방문하였을 때의 막막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무조건 싫다고 거부하시는 어르신과 불도 들어오지 않는, 폐가 같은 집안의 모습. 사후관리가 더욱더 중요한 만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찾아가는 복지플래너와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어르신은 따스한 미소를 되찾으셨습니다. 보름달같이 환한 미소를 되찾으신 어르신을 대신하여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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