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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원한다 남(男)다른 치료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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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원한다 남(男)다른 치료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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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의학이 말하는 남과 여 [조선일보 이지혜 기자] 심장병 예방을 위해 3년 전부터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55세 주부 K씨. 건강을 위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따르는 이 노력이 만약 K씨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아스피린의 심장병 예방 효과는 1980년대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실시한 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2만2071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이틀에 한번 소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게 한 결과 심장마비가 현저하게(44%) 줄어들었다는 것. 그러나 이 임상시험 대상은 전원 남성이었다. 1990년대 들어 미국 국립보건원이 3만987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같은 연구를 한 결과는 매우 달랐다. 여성의 심장마비 위험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으며, 단지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약간 낮아졌을 뿐이었다. 1987년 미국 내과학회지에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발표됐다. 토빈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이 심장 수술(바이패스·관상동맥우회수술)을 고려할 때 환자의 성별에 따라 편견을 보인다는 것이다. 비슷한 증상을 호소해도 환자가 여성이라면 히스테리나 엄살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성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가도 소극적인 치료만 받거나 수술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었다. ‘한국 성인지(性認知) 의학회’ 창립총회가 최근 이화의대에서 열렸다. ‘성인지의학(Gender Specific Medicine)’이란 진단·치료에 있어 남녀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학이다. 이름조차 낯선 이 새로운 시도는 그 동안 현대의학이 한치의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기본 전제, 즉 생식기를 제외하면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며 여성은 단지 약간 변형된 ‘작은 남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마디로 남성과 여성은 다르며, 의학적으로도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화성인지의학연구센터 권복규 소장은 “70kg 성인 남성을 표준으로 한 의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위의 두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제 인류의 나머지 반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있어야만 남녀 모두 제대로 이해하고 또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의학연구소에서 펴낸 자료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이 모두 걸릴 수 있는 질병 가운데 3분의 2는 오직 남성만을 대상으로 연구됐다. 남성 자료는 그대로 여성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여기엔 제2차 세계대전 중 행해진 끔찍한 인체 실험, 임상시험에 참가한 가임기 여성의 기형아 출산 등의 불행을 경험한 현대의학이 이 같은 불행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려 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미국 국립보건원은 여성과 소수민족도 임상시험에 적극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1991년부터 무려 20년에 걸쳐 진행되는 ‘여성건강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박혜영 이화의대 교수는 “미국 주요 의대에서는 여성 건강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제 한국 여성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성인지의학을 여성의학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며 “남녀 모두를 위해 보다 나은 치료법을 찾으려는 의학”이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아무리 열심히 고통을 호소해도 고개만 갸우뚱거리는 의사로부터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거나, 심지어는 “너무 예민해서….(엄살 부리지 마라)”라는 완곡한 꾸지람을 들었던 수많은 여성 환자들은 이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성인지의학자들은 전망한다. (이지혜기자 [ wigra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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