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마당

신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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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시)
작성자 : 문미경
공개여부 공개
제목 : 신 발                                                
                                                           문미경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남편이 
신발을 
버리라고 했다.
남편이 
엄마를 
버리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을 만큼 신은 것 같다며
쓸 만큼 쓴 것 같다며

흙빛의 가죽신
이제 너덜해져
버릴 때가 된 것 같은데
새 신 살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래도 딸은 
버리지 못한다.
새 신 신겨주시던 삼 년 전 
당신의 어루만져주심 
기억에 

비오는 날 
딸은 젖은 양말 속에서 
엄마와 동행하듯 
오늘도 
버리지 못하고 
엄마의 자궁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엄마 앞에 갈 때는 
진달래꽃보다도 더 고운 
새 신 갈아 신고 간다.

엄마 
고운 잔디 아래서 
편히 잠드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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