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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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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무서운 이야기
흔히 기가 약해지면 헛것을 본다고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할 때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뇌가 인식을 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물이 현실 그대로가 아닌 인간의 상상대로 그려진다.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나는 학생들에게 여름마다 단골로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경험담이지만, 물론 있었던 일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졸고 있는 아이들이 무서워 등에 식은땀이 나도록 더위와 잠을 확 쫓아 버리는 것이 나의 의도이다. 그럴 요량으로 한껏 살을 부쳐 이야기하면 어느새 내 계획은 효과를 발휘한다. 내가 열 살 때의 일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한 달 쯤 지났을 때였다. 집에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아버지의 빈 자리는 컸다. 밤이 되면 어머니와 우리 삼남매는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밤을 새다시피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모르게 자는 막내처럼 나도 단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당시에는 잠이 안 왔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셨다. 사실 창호지문에 손가락만한 구멍이 여기저기 있어서 보기에도 흉했지만 누군가 들여다 볼 것만 같아서 밤에는 더 겁이 났던 것 같다.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풀을 먹여 깨끗하게 창호지를 덧바르셨다. 쇠 문고리에 아귀를 맞춰 숟가락을 한개 꽃아 놓으니 내 눈에는 과연 개미 한 마리 들어올 수 없는 철통 문이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된 나는 그 날 밤은 왠지 잠이 잘 올 것 만 같았다. 저녁에 되고 가을바람에 찬 기운이 감돌았다. 저녁을 먹고 막 문고리를 걸어 잠그려고 하는데, 인기척이 뒤뜰에서 들였다. 처음엔 마치 뛰어다니는 듯이 요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놀란 가슴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서 가만히 들어보니 갑자기 소리가 뚝 멈췄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어머니께서 후레쉬를 들고 밖으로 나가셨다.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나와 오빠도 따라 나섰다. 뒤뜰에는 어른 키보다도 훌쩍 큰 옥수수나무가 일렬로 쭉 서있었다. 그리고 옥수수나무 뒤로는 바로 산이다. 밤이 되면 불빛이 없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다. “누구요! 거기 누구요!” 어머니께서 소리를 치셨다. 분명 인기척이 뒤뜰에서 들렸는데, 이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다. 그 때였다. 갑자기 옥수수 잎을 스치는 소리가 “두두두두” 나면서 옥수수나무가 소리를 따라 요동치며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 옥수수 밭에 숨어 있다가 달음박질을 하는 것 같았다. 순간 심장이 멎는 듯이 세 사람 모두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얼어있었다.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했고, 나의 온 신경은 옥수수 밭에 집중되어 있었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놀라 입을 떼지 못했다. 방금 옥수수 밭을 훑고 지나간 물체가 산짐승인지, 인간인지, 귀신인지도 분간이 안 갔다. 나는 엄마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그제야 정신이 든 어머니께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셨다. 아직도 그 때 우리를 떨게 만들었던 것이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그 때 생각을 하면 기분이 아찔하다. 배은진 018-234-39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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